[ ] 이런 '낭패'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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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성원 작성일18-09-07 11:16 조회94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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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낭패'가 있나
낭(狼)과 패(狽)는 전설 상의 이리 종류이다.
낭(狼)은 뒷다리가 짧고, 패(狽)는 앞다리가 짧다.
낭(狼)은 용맹하지만 꾀가 모자라고, 패(狽)는 꾀는 많지만 겁쟁이다.
그래서 패(狽)가 낭(狼)의 허리를 뒤에서 껴안고 한 몸처럼 붙어 다닌다.
낭의 앞다리와 패의 뒷다리로 온전히 걸어다니고,
낭의 용맹과 패의 꾀로 효율적인 사냥을 하며 공생한다.
이 둘이 틀어져 헤어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둘다 곱다시 굶어죽을 수 밖에 없다.
이런 난감한 상황을 '낭패'라고 한다.
변리사를 통하지 않고 특허출원을 직접 스스로 진행하는 개인 발명가들을 가끔 만난다. 그들이 직접 출원하는 이유는 변리사들에게 지불하여야 하는 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특허 받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웬만한 베테랑 변리사도 한 달에 작성할 수 있는 출원 명세서가 너댓 건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직접 출원해서 특허를 몇 건 받아본 경험을 가진 한 발명가가 자랑스레 말한다. '몇 번 실습해보면 직접 특허출원하는 것 그리 어렵지 않다.', '특허등록률이 변리사들 보다 더 높다.'라고. 이 발명가의 말은 틀리지 않다. 감각이 있는 발명가는 변리사 뺨치게 출원명세서를 매끄럽게 작성한다. 심사과정에서도 능란하게 대응하여 특허등록결정을 잘 받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특허의 본질적인 기능을 고려하면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잘 알려져 있지만, 특허의 본질적 기능은 경쟁 기업을 제압하기 위한 전쟁 무기이다. 무기 중에는 넓은 공간의 많은 적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것도 있지만, 보유자 한 사람조차도 보호하기 힘든 부실한 것도 있다.
특허는 또한 성(城)과 같은 것이기도 하다. 성이라면 우선 그 성벽이 튼튼하여 외부 침입을 잘 막을 수 있어야 하는 동시에, 그 배타적 지배력이 미치는 공간이 넓어야 한다. 넓고도 강한 성! 그것이 좋은 특허의 궁극적 이상이다.
강한 특허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우선은 그 재료가 되는 발명이 우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발명이 우수하다고 해서 강한 특허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강한 특허는 작성자가 최적의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잘 구상된 전략에 따라 명세서를 작성하고 심사과정에서 전략적으로 대응하여야만 얻어질 수 있다. 즉 동일한 발명이라 하더라고 작성자에 따라 전혀 다른 힘을 가진 특허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발명을 무인의 칼에 비유해 보자. 칼은 대장장이가 만든다. 칼이 좋다고 해서 그 칼을 가진 사람이 저절로 고수가 되지는 못한다. 칼 좋다고 누구나 고수가 될 수 있다면, 무협지의 세상에서 무림의 맹주는 모두 대장장이가 차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칼도 좋아야 하지만 그 칼을 다루는 무인의 무술이나 내공이 높아야만 제대로 된 고수가 될 수 있다.
하수에게는 좋은 칼이 오히려 우환거리일 수도 있다. 그 칼을 지킬 힘은 약한데, 온갖 무리들이 그 칼을 뺏으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수는 굳이 좋은 칼이 아니더라도 부실한 무기로도 적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기도 한다.
특허도 무협지의 무술과 다르지 않다. 부실한 출원전략은 좋은 발명을 하수 특허로 전락시킨다. 좋은 발명과 부실한 특허의 조합은 안타깝게도 특허업계에서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 발명은 누구나가 모방하고 싶어하는 우수한 기술인데 반해, 그 특허는 타인의 모방에 대한 배타적 지배력이 너무도 취약하여 발명의 모방자들을 효과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면, 하수 무인이 명검을 보유한 것과 같다. 그 발명자에게는 너무도 가혹한 비극적인 상황이 될 것이다.
이와 반대로 별 시원찮은 발명이 뛰어난 전략으로 고수 특허로 만들어져 시장지배력 강화에 큰 기여를 하는 경우도 많다. 유능한 변리사는 발명의 내용과 그 발명이 활용될 기술환경과 시장환경을 전략적으로 고려하여 특허를 작성한다. 좋은 발명이면 그 발명의 파괴적 역량을 제대로 살려 진정으로 강한 특허를 만들고, 다소 약한 발명이라도 최대한 전술적 활용이 가능한 유용한 특허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애플과 삼성의 특허전쟁에서도 정말 별 거 아닌 발명의 특허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았지 않은가.
그저 특허를 취득하는 것만이 목표라면 경험삼아 직접 특허출원을 진행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작은 상처는 의사를 찾지 않고 스스로 치료할 수 있고, 가벼운 요리는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좋은 발명이라면, 그리고 여하튼 강한 특허를 취득하고 싶다면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변리사를 찾아야 한다. 개복수술과 같은 큰 수술을 병원에 가질 않고 집에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귀하고 값비싼 요리는 전문 요리사만이 제 맛을 낼 수 있는 법이다.
발명가와 변리사의 관계는 낭(狼)과 패(狽)의 관계와 같다. 발명가는 낭(狼)과 같이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발명을 해내는 앞다리가 튼튼하지만 전략이라는 뒷다리가 짧고, 변리사는 패(狽)와 같이 도전적인 앞다리는 짧지만 전략의 뒷다리가 튼튼하다. 그래서 발명가는 변리사를 이용하여 발명과 특허를 통해 성공을 도모하고, 변리사는 발명가를 성공시킴으로써 자신의 존재이유를 확인한다.
발명가가 변리사를 찾지 않아 도움을 얻을 기회를 갖지 못한다면,
이런 낭패가 있나.
** 낭패위간(狼狽爲奸)
낭과 패가 함께 어울려 다니며 사냥을 하는 것처럼, 나쁜 사람들이 어울려 나쁜 짓을 일삼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당(唐)나라 때 학자 단성식(段成式)의 수필집 유양잡조(酉陽雜俎)에 실린 이야기이다.
출처: http://www.dotomari.com/821 [허성원 변리사의 특허와 경영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