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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성원변리사칼럼]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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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innobiz 작성일17-06-02 13:18 조회1,8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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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스는 거북을 이길 수 없다

아킬레스는 그리스 신화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간이다. 이 아킬레스가 거북이와 경주를 하기로 한다. 아킬레스가 거북이보다 훨씬 빠르므로, 경주를 공평하게 하기 위해 거북이는 아킬레스보다 훨씬 앞에서 출발하기로 한다.

경주가 시작되었다. 아킬레스는 달려서 거북이의 출발점까지 도달한다. 그 동안 거북이도 달리므로 어느 정도 앞에 가있을 것이다. 그러면 아킬레스는 거북이가 앞서 간 거리만큼 더 달려야 한다. 아킬레스가 더가는 동안 거북이는 또  어느 정도 앞서 가있다. 아킬레스는 또 따라가고, 역시 거북이는 또 얼마만큼 앞서 가고.. 이런 상황는 무한 반복되며 그리하여 아킬레스는 영원히 거북이의 뒤를 따라가기만 뿐 결코 이길 수 없다.

 

아킬레스와 거북의 경주 이야기는 약 25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뛰어나 철학자인 제논이 주장한 유명한 제논의 역설 중 하나이다. 실제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황당한 말이다. 하지만 논리적으로만 보면 매우 그럴듯하다. 그래서 역설(Paradox)이다. 사실 이 역설은 무한등비급수 등의 논리에 의해 결코 성립될 수 없는 명제임이 수학자들에 의해 이미 증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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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은 아킬레스가 오로지 거북이만을 뒤따라가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아킬레스는 다른 방향은 볼 생각도 하지 않고 앞선 경쟁자인 거북이만을 맹목적으로 추종한다. 이 같은 추종 형태에서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를 절대로 앞지를 수 없다. 패스트 팔로워가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가지더라도 자신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퍼스트 무버를 추종하기만 해서는 그를 결코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이 제논의 가르침인 것 같다. 

 

퍼스트 무버는 스스로 자유롭게 트렌드를 설정하고 시장과 패러다임을 창출하며 대중을 인도한다. 심지어는 생태계마저도 자유로이 설계하여 기업의 생멸을 설계하고 통제하고 지배한다. 그러나 패스트 팔로워는 퍼스트 무버가 만든 트렌드를 모방하고 그가 창출한 시장의 일부를 뺏거나 나누어가지는 데에 만족하거나 그것을 목표로 하는 소극적 존재에 불과하다.

 

패스트 팔로워가 퍼스트 무버를 이기는 방법은 패스트 무버가 설정한 패러다임을 파괴하는 창조적 혁신을 이루는 길이다. 후발 주자가 취할 수 있는 창조적 혁신은 '아킬레스가 거북이만을 뒤따라간다'는 제논의 전제를 뒤집어 보면 된다. 제논의 전제는 거북이와 같은 '방향' 같은 '방법'으로 나아가는 것이므로, 방향과 방법을 다르게 하면 된다. 

 

첫 번째 창조적 혁신 방법은 다른 분야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이종업계나 다른 생태계의 지식, 정보, 성공사례, 통찰력 등을 벤치마킹하여 접목하는 것이다. 선발 주자인 패스트 무버가 지나간 동종업계의 길을 따르는 것은 모방 혹은 표절이라 불린다. 그러나 이종업계나 타 생태계의 것을 빌려와 적용하는 것은 대체로 창조적 혁신으로 인정된다. 타 분야에서 빌려온 기술로 큰 성공을 거두거나 인류의 삶을 바꾼 기술은 수도 없이 많다. 예를 들면 산우엉 가시로부터 얻어온 아이디어로 인류의 필수품이 된 벨크로나 게코 도마뱀을 모방하여 개발된 유리창을 타고오르는 로봇을 보라.

 

창조적 혁신의 두 번째 방법은 선발 주자가 간 길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이다. 선발 주자가 간 길을 따라 가면 영원히 그 아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은 추종자의 운명을 벗어나는 가장 혁신적인 방법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세계 최대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하였다. 그러나 누구도 퍼스트 무버가 되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아직 애플의 매우 뛰어난 추종자에 불과하다. 애플은 누가 뭐래도 혁신적 제품인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을 내놓아 엄청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였고 그 제품들과 관련된 그들만의 거대한 생태계를 창출하였다. 진정한 창조를 이룬 진정한 퍼스트 무버이다. 삼성이 시장에서 아무리 애플을 능가하는 실적을 올리더라도, 삼성은 여전히 애플의 뒤를 이어 동일한 방향으로 추종하여 달리고 있을 뿐이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추종자가 아닌 진정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애플이 창조한 시장과 그 패러다임을 근원적으로 파괴하는 혁신을 보여주거나 전혀 다른 길을 모색하고 제시하여야 한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폰이나 삼성 고유 방식의 혁신적 웨어러블 컴퓨터 혹은 새로운 생태계를 제시하라. 그렇지 않는 한 거북이를 그저 뒤따르는 아킬레스의 운명을 벗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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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패스트 팔로워 전략도 많은 장점이 있다. 따라잡아야할 목표가 명확하고 대부분의 리스크는 앞선 퍼스트 무버에 의해 해소되거나 노출되어 있다. 이런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채택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90년대 이후 선진기업들을 벤치마킹하여 더 개선된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법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는 패스트 팔로워의 안락한 추종을 허용하지 않는다.

 

제논의 역설은 또한, 달리는 두 주체를 제외한 주변 세상이 정지하고 있는 것으로 설정한다. 아킬레스와 거북이만이 달리는 것이다. 만약 주변 세상이 그들과 함께 달리고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인 “겨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은 주인공 앨리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 붉은 여왕의 나라에서는 세상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세상이 움직이는 속도로 달려야만 제자리에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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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은 붉은 여왕의 나라와 같다. 제자리에 있기 위해서는 죽어라 뛰어야 하고, 남을 앞서기 위해서는 달리는 속도를 배가하여야 한다. 이 시대의 아킬레스에게는 거북이가 문제가 아니다. 세상의 변화 속도가 문제이다.

이 시대에는 앞선 자를 추종하는 패스트 팔로워로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결코 장담할 수 없다.

 

 

제논의 역설은 옳다.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이길 수 없다”

 


출처: http://www.dotomari.com/724 [허성원 변리사의 특허와 경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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