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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슈

이달의 이슈

[ ] 물 위를 걷는 수행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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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성원 작성일21-12-03 13:05 조회8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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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요가 지도자인 라마크리슈나가 갠지스강의 강둑에 앉아 있었다. 어떤 사람이 그를 찾아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라마크리슈나여, 당신은 물 위를 걸을 수 있나요? 나는 할 수 있습니다." 라마크리슈나가 물었다. "물 위를 걷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가?" “히말라야에서 18년간 수련했지요. 요가 자세로 단식하며 이루어낸 힘든 고행이었습니다. 수도 없이 포기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견뎌내었기에 결국 물 위를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물 위를 걷지 못하지요?” 라마크리슈나가 말했다. "난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네. 강 저쪽으로 건너가고 싶으면 뱃사공에게 동전 두 닢만 주면 충분하지. 자네의 18년 수련은 동전 두 닢의 가치에 불과하다네." 오쇼 라즈니쉬의 문답집에 나오는 에피소드이다.


‘물 위를 걷고자 하는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그들은 집착이 강한 개인 발명가들이다. 사업성이나 경제성이 없음을 뻔히 알 수 있는 과제에 매달려 돈과 젊음, 노력을 낭비한다. 어쩌다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물 위를 걷는 기술처럼 실질적인 가치가 없다. 그런 발명가들을 만나면 특허출원을 말리느라 설득하는 데 진땀깨나 흘리게 된다.


더 심각한 사람들은 무한동력 혹은 영구기관과 같은 정말 실현이 불가능한 과제에 집착하는 발명가이다. 며칠 전 다녀간 발명가는 전형적인 모터-발전기 시스템을 이용한 무한동력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입력된 전기는 모터를 구동하고 모터는 발전기를 통해 전기를 생산한다. 거기서 출력되는 전류가 입력 전류의 3배 이상이 된다고 하니, 적어도 2배 분량의 전기가 공짜로 생기는 환상적인 발명이다. 테스트한 시작품을 보여 달라고 하자 지금은 사정상 보여줄 수 없다고 한다. 사실 지금까지 만난 모든 영구기관 발명가들에게서 추후에 보여주겠다는 말은 들었지만 실제로 보여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번에는 어떨지 기다려본다.


영구기관은 입력된 에너지보다 출력되는 에너지가 더 많아 그 무한의 에너지로 영원히 일을 할 수 있는 꿈의 장치이다. 연금술과 더불어 고대로부터 인류 문명과 함께 하여왔지만, 에너지 보존의 법칙 혹은 열역학 법칙에 위배되어 실현이 불가능하다. 인류가 여전히 에너지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성공 사례는 명백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개발자들이 여기에 매달려있다. 특허는 당연히 받을 수도 없지만 매년 수십 건의 관련 발명이 꾸준히 특허 출원되고 있다. 무한에너지를 추구하는 인간의 허망한 욕구는 아마도 인류가 존속하는 한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 발명자들을 만나보면 적잖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무한동력의 가능성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것은 세월뿐일 것 같다. 그런데 이미 그 실현 불가능을 스스로 깨닫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그 미망에서 쉽게 손을 놓지 못한다. 이미 거기에 투입한 매몰비용이 너무 크기도 하고 자신을 믿고 후원해준 사람들이 겪을 실망과 충격이 두려운 것이다. 혹은 그 일이 자신의 정체성과 강하게 엮여 있기에 자신을 스스로 부정할 수 없어 어찌하지 못하는 인지부조화의 모순을 보이기도 한다.

극도의 합리와 효율을 추구하는 기업들에게서도 가끔 ‘물 위를 걷고자 하는’ 모습을 본다. 기업은 존립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부단히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야 하는 갈증이 있다. 그로 인해 가끔 자신의 비전과 핵심역량에 부합되는지를 신중히 검토하지 않고 무모하게 기술 도입, 인수합병, 신규 연구개발 등에 큰 자원을 투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게 새로운 성장엔진이라 여기며 야심차게 투자했던 것을 회사가 가진 기술, 경제 혹은, 전략적 역량으로 적절히 감당해내지 못하면, 그것은 쓸모도 지킬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쉬이 버릴 수도 없는 '물 위를 걷는 기술'이 되고 만다.


오쇼 라즈니쉬가 말한다. “세상에는 두 가지 형태의 바보가 있다. 하나는 강을 건너는 데 배를 이용하지 않고 물 위를 걷고자 하는 사람이다. 다른 하나는 배를 이용하여 건너편 언덕에 도착해서도 배를 버리지 못하고 배를 평생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혹 물 위를 걷는 수행을 하거나, 배를 머리에 이고 살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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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athenae.tistory.com/1561 [허성원 변리사의 특허와 경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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