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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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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씨지벽(和氏之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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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성원 작성일22-02-03 09:40 조회8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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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지벽(和氏之璧)

 

특허는 기술의 땅이다. 특허권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술의 독점 영역이다. 특허가 없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관용 기술만을 쓰거나 남에게서 빌려 써야 한다. 농경시대의 유랑민이나 소작농과 같다. 그래서 기업은 고유의 특허를 보유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투자하여 발명을 창출하고 특허출원을 한다.

땅은 넓어야 한다. 특허의 권리 범위는 시장지배력의 크기이다. 가능한 한 넓은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발명, 출원 및 심사 과정에서 각 관계자들이 기술적, 법률적 및 전략적으로 깊이 고심한다. 특허청 심사관은 심사과정에서 근접한 기술자료를 제시하면서 발명의 신규성과 진보성을 부정하며 몇 차례 특허를 거절한다. 그러면 출원인은 부득이 권리범위를 잘라내어 줄여가며 심사관의 거절에 대응한다. 그런 과정에 특허의 권리범위는 현저히 쪼그라드는 게 예사다. 그런 특허 절차는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화씨지벽(和氏之璧)’의 고사와 닮았다.

초(楚)나라 사람 화씨(和氏)는 초산에서 옥돌을 발견하여 여왕(厲王)에게 바쳤다. 여왕이 옥 다듬는 사람에게 감정하게 하였더니 그냥 돌이라 했다. 여왕은 자신을 속이려 했다고 하여 화씨의 왼쪽 발을 잘랐다. 여왕이 죽고 무왕(武王)이 즉위하자, 화씨는 또 그 옥돌을 무왕에게 바쳤다. 무왕이 옥을 감정시켜 또 돌이라고 하자 자기를 속이려 한 화씨의 오른쪽 발을 잘랐다. 무왕이 죽고 문왕(文王)이 즉위하였다. 화씨는 초산 아래에서 그 옥돌을 끌어안고 사흘 밤낮을 울어 눈물이 다해 피가 흘렀다. 문왕이 그 말을 듣고 사람을 시켜 그 까닭을 물었다. “천하에 월형을 받은 자가 많은데, 어찌 너만 그리 슬피 우느냐?” “저는 발 잘렸음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보옥을 돌이라 하고 곧은 선비를 거짓말쟁이라고 하니 이를 서러워하는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문왕은 사람을 시켜 그 옥돌을 다듬게 하니 귀한 옥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그 보옥을 ‘화씨지벽(和氏之璧)’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화씨는 결국 세 왕을 거치고 나서야 자신의 벽옥에 대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두 발을 잃었다. 특허도 심사를 두세 번 거치면서 그 권리범위가 점차 잘려나간다. 게다가 고등법원 및 대법원에까지 가서 특허 가부를 다투기도 한다. 시련이 영웅을 만들 듯, 큰 가치를 창출하는 특허도 화씨지벽이 그러했던 것처럼 여러 난관을 거치며 귀한 재화로 다듬어진다. 귀한 재화가 되면 탐내는 사람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화씨지벽은 조(趙)나라 혜문왕(惠文王)의 손에 들어갔다. 그 소문을 들은 이웃 강대국인 진(秦)나라 소양왕(昭襄王)이 그것을 탐내어, 성 15개와 화씨지벽과 맞바꾸자고 제안하였다. 진나라는 필시 벽옥만 취하고 성을 내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강국의 요구를 무작정 거부할 수도 없다. 신하 인상여(藺相如)가 성을 받아오지 못하면 벽옥이라도 온전하게 되가지고 오겠다고 다짐하고 떠났다. 벽옥을 받아든 진소양왕은 우려한 대로 성을 내줄 뜻이 없었다. 인상여는 벽옥의 하자를 거론하며 되돌려 받고서는, 왕이 닷새 동안 목욕재계한 뒤 예를 다하여야만 벽옥을 바치겠다고 하자, 진소양왕은 어쩔 수 없이 그에 따랐다. 그 사이에 인상여는 벽옥을 조나라로 보내버려 벽옥은 온전히 되돌아갔다(完璧帰趙). 그런데 그 후 조나라는 그 진나라의 혹독한 핍박을 받아내어야 했다.

우수한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은 항상 큰 기업으로부터 기술탈취의 위험에 직면한다. 그에 저항하면 큰 핍박이 따른다. 부당히 기술을 뺏기지 않으려면 인상여의 대응과 같은 지혜롭고 용의주도한 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가장 강력한 보호 조치는 역시 대세적 권리인 특허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용에 따라서는 특허로서 적합하지 않은 기술이 존재한다. 그런 기술에 대해서는 적어도 영업비밀 등 다양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평소에 적절히 대비해두어야만 낭패스런 상황을 겪지 않는다. 선과 악이 혼동되는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뺏은 자에게는 뺏은 선이 있고 잃은 자에게는 잃은 어리석음이 있을 뿐이다.

기술이나 특허는 기업에게 있어 벽옥처럼 귀한 재화이다. 하지만 기술의 가치는 그 기술을 만들어낸 창조 능력에 앞설 수 없다. 그리고 그 창조 능력에도 결코 뒤질 수 없는 가치가 둘 있다. 하나는 창조된 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아 강력한 권리로 만드는 전략과 노력이며, 다른 하나는 그 귀한 기술을 남에게 빼앗기지 않고 온전히 지켜내는 지혜와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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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athenae.tistory.com/1189 [허성원 변리사의 특허와 경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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