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 암매장 남자에 징역 3년 vs 딸추행 교사 살해한 엄마에 10년, 상식과 너무 다른 법원 형량

“폭행치사에 사체은닉까지 한 죄인이 징역 3년이라니. 말도 안되는 판결이다.”
동거녀를 때려 숨지게 한 30대에게 징역 3년을, 고등학교 3학년 딸을 성추행한 상담교사를 찾아가 살해한 40대 여성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두 판결을 놓고 양형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들은 동거녀를 숨지게 한 뒤 암매장한 잔혹한 범행에 “재판부가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딸이 성추행 당했다는 말에 화가나 범행을 저지른 어머니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처벌을 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전고법 청주제1형사부(재판장 이승한)는 지난 1일 폭행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모(39)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범행이 우발적이고 “유족들이 처벌을 원치않는다”는 점을 고려한 판결이다.
이씨는 2012년 9월께 충북 음성군 대소면에서 동거녀 A씨(사망 당시 36세)의 원룸에서 그를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인근 밭에 암매장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씨는 자신의 친동생과 함께 A씨의 시신을 플라스틱통에 넣어 암매장하고 범행을 은폐하려고 시멘트로 덧씌우기도 했다.

이씨의 범행은 경찰 수사를 통해 4년여 만에 들통났다. 검찰 조사결과 이씨는 “손님에게 가면 안되겠냐”는 A씨의 말에 격분해 얼굴을 네 차례 때려 숨지게 했다. 검찰은 이씨에게 살인죄가 아닌 폭행치사죄와 사체은닉죄를 적용했다. 이씨의 범행을 순간적으로 분노를 참지못해 벌어진 우발적 사건으로 본 것이다.

형법상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는 살인죄와 달리 폭행치사죄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폭행치사죄와 사체은닉죄를 합쳐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하고 사체 은닉까지 했지만 유족이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고려했다”며 2년을 감형했다.

지난 2일 청주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이현우)는 자신의 딸이 다녔던 고교 취업지원관 B씨(51)를 흉기로 살해한 김모(46·여)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 2월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의 한 커피숍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B씨를 수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 기소 됐다. 김씨는 “딸이 성추행당했다는 말을 듣고 분노를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중형을 내린 이유는 범행이 앙심을 품은 복수였다는 점이다. 딸의 성추행 부분을 신고해 법의 심판이 이뤄지게 해야 했으나 살인으로 되갚은 점은 용인할 수 없는 범죄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흉기를 미리 준비한 점 등을 비춰보면 계획적인 살인”이라며 “범행 동기가 피해자에게 있다 하더라도 사적인 복수는 중형을 선고하는 게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교사를 살해한 김씨에 비교해 동거녀를 암매장한 이씨의 형량이 턱없이 낮다는 의견이다. 최정훈(35)씨는 “이씨의 범행이 우발적이었다곤 하지만 시신을 암매장하고 4년간 이를 은폐한 점은 너무 괘씸한 것 아닌가”라며 “유족들과 합의한 점을 들어 형량을 낮춘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신호(40)씨는 “교사를 살해한 엄마는 자수를 한 반면 동거녀를 살해하고 땅 속에 묻어 완전 범죄를 꿈꾸던 이씨는 자수도 하지 않고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며 “사람이 숨졌다는 결과는 같은데 고의성 여부에 따라 형량이 상반되게 나온 것을 보고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사건마다 범행 동기와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리적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국민정서와 법원 판결이 같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상담교사를 살해한 김씨 사건은 우리 법질서에서 절대 용납하지 않는 사적 복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정상을 참작할 경우 자칫 사적 복수를 용인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어 재판부가 엄중히 판결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