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 [ ] 엄마가 누나 되는 콩가루 판결 ? – 손자녀 입양 허용
페이지 정보
작성자 노갑식 작성일22-02-02 13:01 조회1,720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엄마가 누나 되는 콩가루 판결 – 외손녀 입양허가
드디어 대법원이 아이의 복지를 위해 소목지서 전통을 깨뜨리고 양자녀로 될 아이의 복지를 위한 것이라면 외손녀를 양녀로 입양함을 허가할 수 있다는 결정(대법원 2018스5 미성년자 입양허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소목지서란 동성동본자 중에서 입양을 할 때에는 양부모 될 사람과 같은 항렬인 사람의 아들로 하여야한다는 유교적 전통입니다. 제1심과 제2심은 가족관계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입양허가신청을 기각하였는데 대법원은 제1, 2심의 판단이 잘못이라는 이유로 하급심 판결을 파기한 것입니다.
필자가 2010년경 창원지방법원 가사재판을 담당할 때 외손자 친양자 입양청구를 받아들이는 판결(정확한 용어는 심판)을 전국 최초이자 사실상 마지막으로 내린 적이 있습니다.
그 외손자는 청구인의 딸이 고교생 시절에 출산한 아이로 아이 생부(아버지)도 고교생이었는데 생부 측에서 혼인은 물론 아이 양육도 거절하였습니다. 아들이 없던 외조부모가 그 아이를 거두어 갓난아기 때부터 친아들처럼 양육하였고 아이는 외조부모를 아빠 엄마로 호칭하면서 자라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부모의 부재로 조부모가 양육하는 아이로 알려져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 있고 외조부모로서도 외손자가 친양자로 될 경우 더 애착을 가질 것으로 보였으며 재정적 지원, 재산상속 관계 등 여러 가지 아이 복지에 보탬이 될만할 사정이 있어 가족관계등록부 기재 사실관계가 왜곡될 수도 있는 부작용을 감수하고 아이 복지 차원에 중점을 두어 친양자 입양을 허가하였습니다.
당시 아이 복지 차원에서 획기적인 판결이다. 엄마가 누나로 되는 콩가루 집안 만드는 판결이다. 등 찬반양론이 거셌고 네이버 실시간 검색 1위에 오를 정도로 전국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민법에 따르면 친양자 입양청구를 기각하는 심판에 대하여는 상소로 다툴 수 있으나 친양자입양을 허가하는 심판에는 불복(다투는)절차가 없어 당시 필자가 내린 허가심판으로 그 외손주는 외할아버지의 친양자가 되었습니다.
그 뒤 바로 법원행정처는 손자녀나 외손자녀를 친양자로 입양허가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의 자료를 전국법원에 배포하였습니다.
그 후 일선 법원은 그 법원행정처 지침에 따랐는지 간헐적으로 청구되는 손자녀 친양자 입양허가 청구나 입양허가 청구를 거의 대부분 기각하였고 대법원도 손자녀 친양자 입양청구 기각이 정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가 이번에 손자녀 입양청구는 허용하는 것으로 판례를 사실상 변경한 것입니다. 다만 이전의 입양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대법원판결은 친양자 입양청구에 관한 사안이었고, 일반 입양에 관한 사안은 아니었습니다. 입양에는 일반 입양이 있고 친양자 입양이 있는데 둘 다 법원의 허가를 필요로 하나, 일반 입양의 경우 친생부모 등의 가족과 친족관계가 그대로 유지됨에 비하여 친양자 입양의 경우 그 친족관계가 소멸하므로 민법은 친양자의 입양요건을 일반 입양 요건보다 엄격하게 정하고 있습니다.
아이 복지를 위하여 외손자녀도 입양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필자의 판단이 10여년 만에 대법원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만시지탄이기는 하지만 대법원도 아이들의 복지 우선이라는 시대 흐름에 맞게 옳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어 다행입니다. 다만 이번 대법원의 결정은 모든 경우에 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손자녀의 부모 부재 또는 양육의 어려움으로 조부모가 손자녀를 부모 대신 양육하고 있는 등 손자녀 입양이 그 손자녀의 복지에 보탬이 될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임을 부언합니다.
아래에 이번 대법원 결정 기사와 2010년 필자가 허가한 외손자 친양자 입양 허가심판 기사를 링크합니다. 법의 여신 테미스 사진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3/0010905820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10080938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