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 [ 법률 ] 판사는 왜 알아서 해 주지 않을까(5세 여아 뇌진탕 나홀로 소송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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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갑식 작성일17-08-07 17:26 조회1,91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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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5세 여아의 모친이 출입문을 밀쳐 딸에게 뇌진탕을 입게 한 30대 변호사를 상대로 치료비등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모친의 위자료 청구만 받아들이고 딸의 치료비 등 청구는 이를 기각하였다(법률신문 2017. 8. 7.자 2면, 인터넷 상 기사 검색이 되지 않아 링크를 걸지 못함). 왜일까? 원고는 나홀로 소송하는 뭘 모르는 여성이고, 상대방은 소송전문가인 변호사라서? 아니다. 이는 바로 민사소송법의 변론주의 때문이다.
일정한 경우 판사는 소송지휘권이나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의 주장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일방 당사자에게 소송에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어도 이를 알려 줄 수 없다. 그것이 바로 변론주의이다. 판사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에게 어떤 것을 청구하거나 주장하라고 권할 수 없고(그렇게 권할 경우 위법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당사자의 청구나 주장에 관하여서만 판단할 권한을 가질 뿐이다.
위 사건에서 모친은 자신 혼자 원고로서 딸의 치료비와 위자료 및 자신의 위자료를 청구하였고 딸을 원고로 삼지 않았다. 모친은 딸이 입은 뇌진탕으로 인하여 스스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므로 가해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모친은 엄마로서 자신이 치료비를 내었더라도 딸이 입은 정신적 고통과 치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 그 청구권자는 아이이지 모친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위 소송은 모친이 자신과 딸을 공동원고로 하였으면 아무런 문제없이 완전한 배상을 받았을 것이다. 모친은 미성년인 딸의 법정대리인이므로 딸의 소송을 적법하게 수행할 수 있다. 딸의 위자료와 치료비 청구는 기각되었으나 모친 자신의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여진 것을 보면 법원은 가해자에게 딸이 입은 뇌진탕에 관하여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위 사건에서 담당판사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을 것이다. 원고로 딸을 추가하기만 하면 배상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설명할 경우 변론주의 위반이 아닐까 수없이 망설이다 결국 변론주의 위반이라고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그 법관은 너무 소심하였던 것 같다. 그와 같은 법리를 설명하는 정도까지 변론주의 위반이라고 보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 법리를 설명하였으면 그 모친은 알아서 딸을 원고로 삼았을 것인데!
딸을 원고로 추가하는 방법은 딸을 원고로 별도 소를 제기해서 변론병합신청을 하면 된다. 다만 별도 소를 제기하는 시점에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어야 한다. 민사 손해배상 청구의 소멸시효는 불법행위가 있은 때로부터 10년, 가해자와 손해의 발생을 알았을 때로부터 3년이다. 그 기간을 넘기면 소를 제기하여도 상대방이 소멸시효를 주장할 경우 청구가 기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