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 [ ] 對美 수출 잘나가던 중소기업 => ‘관세 폭풍전야’에 잠 못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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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판수 작성일25-02-05 17:20 조회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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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생산 공장을 둔 한국 중소기업 A사는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자동차 부품을 만들어 현지 고객사에 납품하는데, 고객사가 관세 타격을 받아 생산량을 줄이면 덩달아 피해를 입게 된다. 또 멕시코에서 미국 육로를 거쳐 원자재 일부를 가져오는 중인데 여기에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까 걱정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처럼 작은 제조업체는 그때그때 유동적으로 대응하긴 쉽지 않아 그저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해외에 진출한 중소·중견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는 3일(현지 시각) 한 달간 유예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미국이 유럽연합(EU)이나 아시아 국가로 관세 전선을 확대할 가능성도 높다.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은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거나, 관세가 없는 다른 해외 사업장으로 생산량을 일부 옮기는 식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엔 이조차 쉽지 않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관세 부과로 인한 리스크를 통으로 떠안을 수밖에 없어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현국
삼성전자 등에 전자 부품을 납품하는 솔루엠은 1년 전에 멕시코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기아 등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DH오토웨어는 작년 10월 멕시코 공장을 지었다. 이처럼 멕시코 진출 기업 중엔 삼성전자 등 대기업뿐 아니라 명화공업, 동양피스톤 같은 중견·중소기업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들 중엔 최근 1~2년 새 공장을 세운 곳도 적지 않다. 비교적 이곳 인건비가 저렴한 점을 감안해 수백억원을 들여 현지 공장을 세웠는데 불과 1년 만에 ‘관세 폭탄’을 맞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대기업 고객사를 따라 현지 진출한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멕시코에 공장을 둔 한 자동차 부품 업체 대표는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가 우리와 정보 공유를 하는 것도 아니라서 동향을 읽거나 미리 대응을 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미국의 주요 무역 적자국인 아시아에는 더 많은 중소기업이 진출해 있다. 4일 기준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등록돼 있는 베트남 진출 업체는 2602사, 중국 진출 업체는 2397사에 달하는데, 업계에선 이 가운데 80~90%가 중소기업이라고 추산한다. 특히 베트남에 공장을 둔 업체는 미국, 유럽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경우가 많아 미국이 베트남에 관세를 부과하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중소기업의 중간재 수출 타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액의 86%가 중간재다.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해 중국의 수출이 둔화하면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가는 중간재 수출이 줄어드는 등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대미 수출 비율이 늘고 있는 만큼, 미국이 한국을 직접 겨냥할 경우 중소기업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국내 중소기업 최대 수출 시장은 미국(187억달러)으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184억달러)을 제쳤다.
산업연구원은 작년 11월 보고서에서 미국이 우리나라를 포함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면 국내 중소기업의 대미 수출액이 현재보다 21.6%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수송 기계(-59.2%), 기타 제조업(-38.7%), 전기·전자(-31.7%), 섬유·의복(-30.9%) 등 타격이 특히 클 것으로 예상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이 미국 시장을 뚫으면서 그만큼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이라 생각보다 피해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4일 “‘헬프데스크’를 운영해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불가피한 생산 조정으로 국내에 돌아오는 ‘유턴 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중소기업들은 그러나 이 정도 대책으론 난국을 타개하기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최근 중소기업은 갈수록 대출도 어려워 ‘돈맥경화’를 겪는데, 여기에 관세 부과로 수출 물량까지 줄면 피해를 감당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