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업 성공의 '최소량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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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성원 작성일20-11-12 09:53 조회1,02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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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성공의 '최소량의 법칙'
“행복한 가정들은 모두가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말을 처음 보았을 때는 그 뜻이 선뜻 와닿지 않았었다. 진화생물학자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총, 균, 쇠’(1997년 출간, 퓨리처상 수상)에서 이 문장을 인용하며 덧붙인 설명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결혼 생활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요소들에서 성공적이어야 한다. 즉 서로에 대한 성적 매력과 함께, 돈, 자녀 교육, 종교, 인척 등 중요한 문제에서 공감이 필요하다. 이들 여러 필요 요소들을 고르게 갖추면 행복하게 되지만, 그 중 어느 하나라도 결여되면 나머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불행하게 된다. 결여된 요소가 불행의 제각기 다른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이를 '안나 카레리나의 법칙'이라 불렀다. 이는 독일 식물학자 리비히가 말한 ‘최소량의 법칙'과 같다. ‘최소량의 법칙’에 따르면 식물의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풍부한 요소가 아니라 가장 부족한 요소라고 한다. 즉 질소, 인산, 칼륨 등 필수영양소 중 모자라는 요소가 식물 성장의 한계를 정한다는 말이니, 두 법칙은 대상만 다를 뿐 같은 의미이다. 이들 법칙은 가정이나 식물에 한하지 않고 '성공'이라는 개념을 적용되는 우리 인생의 많은 부분에 두루 응용될 수 있겠다.
다이아몬드는 '안나 카레리나의 법칙'을 들어 야생동물이 가축화될 수 있는 조건을 설명한다. 즉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가축화할 수 없는 동물들은 그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지구상에는 체구가 적당히 큰 포유동물이 148종 존재하지만 단 14종만이 가축화되었는데, 가축화에 실패한 동물들은 가축화의 필요 조건들 중 어느 하나가 결여되었다고 한다.
그는 가축화의 필수 조건으로서 식성, 성장 속도, 번식 능력, 성격, 겁먹는 버릇, 사회적 구조 등 6가지를 들었다. 이들 조건을 들여다보면 묘하게도 기업 성공의 조건에 그대로 적용된다. 기업 성공과 가축화가 모두 인간과 관계된다는 공통점 때문인가.
‘식성’은 효율이다. 실적에 비해 비용이 과도히 높은 고비용 구조의 기업의 운명은 뻔하다. ‘성장 속도’가 드디면 동물이든 기업이든 그 환경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특히 기업은 소속원들의 성장 욕구를 뒷받침할 수 없으니 양질의 인력을 거두고 키울 수 없다. ‘번식 능력’은 새로운 핵심역량을 부단히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다. 기업의 현재 역량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쇠퇴하기에, 연구개발이나 비즈니스모델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먹을거리를 끝없이 보충하여야만 지속가능하다. ‘성격’은 사회 친화력이다. 기업이 고객과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외부 자극에 과도히 민감한 기업은 ‘겁먹는 버릇’을 가진 동물과 같다. 기업 활동 과정에 부딪치는 다양한 자극에 대해 대범하거나 정의롭거나 때로는 둔감하게 반응하는 자신감과 담대함이 필요하다. ‘사회적 구조’는 리더의 비전, 통찰력과 리더십이 기반한 조직문화와 대응된다. 부실한 조직문화의 기업은 모래성과 같다.
성공의 필수 요소는 이처럼 다양하다. 우리는 누군가의 성공을 말할 때 그들의 일부 역량만을 부풀려 단정한다. 창업자들은 자신이 가진 한두 가지 강점만으로 무모하게 덤벼들기도 한다. 이런 우리에게 ‘안나 카레리나의 법칙’은, 성공 요소들을 잘 구비하고 강화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최소량 즉 실패 요소들을 어떻게 예방하고 회피할 것인가에 대해 충분한 주목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귀사에는 어떤 ‘최소량’의 요소가 있는가?
(경남신문 경남시론 201104)
출처: https://www.dotomari.com/1362 [허성원 변리사의 특허와 경영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