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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 [ 법률 ] 쓰러진 워킹맘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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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갑식 작성일18-11-23 13:09 조회1,7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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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워킹맘 판사
 

국정농단에 이어 사법농단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때에 들려온 안타까운 비보이다. 과히 격무라고 할 만한 재판업무에 시달리면서 초등학생 두 아들을 양육해왔던 어머니 판사의 과로사(추정)이기에 더더욱 마음이 무겁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통합진보당 지방의원직 박탈관련 사건 담당 부장판사에게 전화해서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첨에는 오보라고 생각했다. 필자의 법관재직 경험에 비추어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관련 수사기록을 보지 않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항간의 이야기들이 사실인 듯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황당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전대법원장이 박근혜 전대통령에게 상고법원 설치 지원을 받기 위하여 재판거래를 했다는 보도도 집권자에 유리하게 나온 재판결과를 가지고 협상에서 유리한 자료로 활용했을 것이라는 정도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강제징용 배상청구 사건을 보면서 전대법원장이 대법원 사건에도 영향력을 행사하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재판결과를 두고 집권자와 거래를 했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집권자와의 거래를 위하여 재판간섭까지 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천인공노할 만행이고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한 순간에 무너뜨린 심각한 범죄행위이다. 이러한 사법부의 재판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그러나 이는 전 대법원장이 관여하였다는 일부 사건에 한정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과로로 숨진 어머니법관처럼 거의 대부분의 법관들은 주어진 사건을 적정하게 재판하기 위하여 야근은 기본이고,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이 배당되었을 때에는 주말을 반납하기도 일쑤이다.
 

필자가 재판장으로서 국민참여재판을 담당한 적이 있었는데 국민참여재판은 형사재판을 단 하루나 이틀 동안 집중심리하고 판결선고까지 하여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판결선고를 하고 나면 새벽 1시가 넘는 것이 보통이다. 그 날은 선고 후 잔무를 처리하고 나서 새벽 4시 정도에 퇴근을 하였는데 그 때까지도 불이 켜진 합의부 배석판사실이 몇 군데 있어 놀란 적이 있다.
 

법관들은 나름대로의 자존심과 자부심, 봉사정신을 가지고 있다. 그것들이 그들로 하여금 매일이다시피 야근을 하고, 주말까지 반납하는 열정을 가지게 하는 원동력이다. 법관들에게는 초과근무수당도 없다. 일과시간만 근무하는 법관이나 밤새워 일하는 법관이나 보수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법관들에게 주어진 업무량이 너무 많다. 법관들이 야근까지 하면서 일하니 흐뭇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결코 흐뭇하게 바라볼 일이 아니다.
 

법관에게 너무 많은 사건이 배당될 경우 법관에게 주어진 시간의 한계로 인하여 사건 당 쓸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된 결과 충실한 심리가 되지 않을 위험성이 높다. 쉽게 말하면 법관이 사건을 충분히 심리하고 사건에 관하여 심사숙고할 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져야 좋은 판결이 나올 터인데, 시간에 쫓기는 판사가 서둘러 하는 재판이 제대로 된 재판이 되기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그대로 국민들의 손해로 된다. 민사사건이든 행정사건이든 형사사건이든 담당법관에게는 1년에 처리하여야 할 수백 건, 수천 건의 사건 중에 하나이지만 당사자 개개인에게는 그것이 참으로 중요한 사건일 터이니 말이다.
 

법관의 수를 대폭 늘려서 법관들이 당사자들의 말을 법정에서 충분히 들어주고 매 사건마다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도록 하는 세상이 와야 할 것이다. 사법농단 사건으로 법관들의 공정성에 회복하기 어려운 흠집이 생겼다. 그렇지만 대다수 법관들은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소송당사자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사건들을 적정하게 재판하려고 밤잠 안자고 노력한다는 것도 기억해야 하겠다.


 

과로사한 것으로 보이는 여성법관의 이야기는 아래 링크 클릭

https://news.joins.com/article/2314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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